인피니티 VC-Turbo 엔진 – 가변 압축비가 전부는 아니다!

작년 9월 인피니티에서 가변 압축비 엔진인 VC-Turbo (Variable Compression Turbo) 엔진을 발표했는데, 출시 예정인 엔진이라 그런지 발표된지 5개월 가량이 지난 지금도 관련논문 등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만 보도 자료(링크)를 찬찬히 읽다보니 가변 압축비 이외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 간단히 다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피니티 VC-Turbo 엔진 - 가변 압축비가 전부는 아니다!

인피니티 VC-Turbo 엔진 (출처 – infinitinews.com)

VC-Tutbo 엔진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변 압축비를 구현했다는 점 입니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많이 채용되는 앳킨슨(Atkinson) 싸이클 엔진의 경우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VVT)를 이용하여 흡기 후 압축 행정의 초반까지도 흡기밸브를 열어두어 흡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압축비를 조절하기는 했습니다만 VC-Turbo 엔진의 경우 물리적으로 피스톤의 상하 이동거리 자체가 변한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아래 그림은 압축비가 가장 낮은 상태와 가장 높은 상태에서의 피스톤 상사점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압축비는 전기모터로 동작하는 Harmonic Drive(그림 하단)라는 장치에 의해 조절됩니다. 그림만 봐서는 엔진이 회전하는 도중에 어떻게 Harmonic Drive가 작동하는지 감이 안 오실테니 궁금하실 경우 Infiniti의 소개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링크의 동영상만으로 동작이 잘 이해되지 않을 경우에는 영어이긴 하지만 Engineering Explained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추가로 확인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인피니티 VC-Turbo 엔진 - 가변 압축비가 전부는 아니다!

VC-Turbo 엔진의 가변 압축비 동작 (출처 – 유튜브 영상 “INFINITI Variable Compression Turbo Engine | A Breakthrough in Combustion Engine Technology”, 캡처 및 첨삭 추가)

VC-Turbo 엔진의 압축비는 8:1 ~ 14:1 사이의 값을 가지는데, 급 가속시와 같이 강한 출력이 필요할 때는 낮은 압축비가 사용되고 고속도로 순항시와 같이 출력보다는 효율성이 중시되는 상황에서는 높은 압축비가 사용됩니다. 높은 출력이 필요할 때 낮은 압축비가 사용된다는 점이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만, 높은 출력을 낼 때는 터보차저에 의해 압축된 높은 온도의 공기가 실린더내로 유입된 상황이므로 높은 압축비를 사용하면 혼합기의 온도가 너무 상승해 노킹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연료 분사량도 공기도 충분한 상황이므로 굳이 높은 압축비로 연료의 에너지를 쥐어짜기 보다는 엔진 손상의 위험을 피하는 것이지요. 참고로 포트분사 터보엔진의 경우 8:1, 직분사 터보엔진의 경우 10:1 정도의 압축비를 가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고속도로 순항과 같이 출력보다 효율이 중시되는 상황에서는 14:1의 높은 압축비가 사용되는데 이 정도의 압축비는 직분사를 사용하더라도 자연흡기 오토 사이클(압축비=팽창비) 엔진의 노킹 한계에 가까운 고압축비인지라 앳킨슨 사이클(압축비<팽창비)로 동작하게 됩니다. 실린더내에 유입된 공기의 일부를 압축 행정 초반에 흡기 밸브를 열어두는 방식으로 실린더 밖으로 되돌려 압축비는 14:1 보다 줄이고, 폭발행정시에만 14:1의 높은팽창비를 온전히 사용하면 고압축으로 인한 노킹의 위험은 피하면서 폭발(=팽창)행정의 압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동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인피니티 VC-Turbo 엔진 - 가변 압축비가 전부는 아니다!

압축비 변화를 보여주는 인피니티 QX50 컨셉모델의 계기판 (출처 – 유튜브 영상 “INFINITI QX50 Concept – B-Roll”)

VC-Turbo 엔진의 경우 2018년 출시 예정인 QX50 모델에 처음 탑재가 될 예정이라고 하는데(관련 링크), QX50 concept 모델의 소개영상을 보면(윗 그림) 계기판에 압축비(compression ratio)가 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터보 부스트압력도 함께 표시하고 있어 운전하면서 계기판을 보는 재미가 솔솔할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양산모델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길 기대해 봅니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가변 압축비를 통해 비슷한 출력을 내는 V6 엔진에 비해 27%가량 연비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실제 차가 나와서 연비 인증을 받고나면 목표달성 여부가 판가름 나겠지요.

이번 글의 부제에서도 언급했듯이 미디어의 관련기사들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지만 가변 압축비 이외에 VC-Turbo 엔진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두가지가 있는데, 그 두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직분사와 포트분사 인젝터 두개를 모두 탑재.
  2. V6 엔진인 VQ 엔진에 근접한 저진동.

먼저 직분사와 포트분사 인젝터를 모두 탑재하면 흡기밸브 카본흡착 문제로 부터 자유롭게 되고 실린더내 와류 생성장치로 인한 고rpm 출력 저하를 막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우디와 토요타에 이어 인피니티도 직분사와  포트분사를 동시에 탑재한 시스템을 채택했는데, 어쩌면 이러한 시스템이 직분사 엔진의 대세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직분사와 포트분사 인젝터를 동시 탑재했을 때의 보다 구체적인 장점에 대해서는 제가 쓴 토요타 D-4S 시스템에 관한 글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D-4S 시스템의 경우 직분사/포트분사의 비율을 정하기 위해 rpm과 부하에 따라 분사비율을 바꿔가면서 실험을 통해 최적의 값을 찾았다고 하는데, VC-Turbo 엔진의 경우 압축비라는 변수가 한가지 더 있어서 개발에 좀 더 많은 노력이 들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보다 흥미가 가는 장점은 가변 압축비를 구현하기 위한 링크 덕분에 엔진의 밸런스가 좋아져서 4기통 엔진이지만 6기통 V6엔진에 가까운 저진동을 달성했다는 점입니다. 엔진 관련 교과서에서 수식을 통해 진동을 분석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분석하기는 어려운 수준의 구조인것 같아 설계시에 CAD나 simulator의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인피니티의 보도 자료에서 밝히기로는 기존 4기통 엔진의 vibration noise가 30dB 근처인데 반해 VC-Turbo 엔진은 10dB 정도의 수준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3.5리터 VQ 엔진의 경우 3dB 수준) Vibration noise를 어떤 기준으로 측정했을지 궁금하긴 합니다만, 아직은 자료를 구하지 못해 일단 보도자료에 있는 숫자를 옮깁니다. 요즘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량들도 6기통엔진을 4기통 터보로 대체하면서 회전질감에 대한 불만이 종종 나오는데, 인피니티는 이 문제를 보다 잘 해결했을지 시승기가 기다려지네요.

일반 4기통 터보 엔진보다 복잡한 구조덕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기는 합니다만, 인피니티의 보도자료에서는 20년동안 100개이상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3만시간 이상을 테스트 했다는 이야기로 미래의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려고 합니다. 공돌이의 감성으로는 충분히 흥미로운 기술이라 내년에 VC-Turbo 엔진을 탑재한 QX50이 문제없이 출시되어 엔진과 관련된 불만을 일으키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기술이 대중적인 기술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다가올지는 내년이 되어봐야 알겠지요. 개인적으로는 그 사이에 VC-Turbo 엔진과 관련된 기술 자료들이 조금 더 공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번 글처럼 슬쩍 훑어보고 넘어가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좀 더 깊은 내용을 다룰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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