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다 Skyactiv-X 엔진 – 최초의 양산 HCCI 엔진

2020년 올해부터 EU 자동차 시장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각 브랜드 별로 총 판매된 차량의 평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95g/Km 이하로 맞추지 못하면 대당 1g/Km 초과 CO2 배출분 마다 95유로의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입니다(링크). 벌금을 피하기 위해 많은 제조사들이 내연기관차 판매를 줄이고 전기차 판매를 늘리려 하지만 충전시설 보급과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내연기관의 효율 향상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마쓰다는 전기차 대신 가솔린의 엔진의 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HCCI (Homogeneous Charge Compression Ignition) 엔진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는데, Skyactiv-X 엔진으로 결실을 맺어 작년 말 부터 Mazda 3 및 CX-30 모델에 탑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궁극의 가솔린 엔진 기술로 여겨지는 HCCI 엔진 양산을 기념하여 마쓰다의 Skyactive-X 엔진을 살펴보려 합니다.

 

가솔린 엔진의 연소

HCCI 엔진은 기존 가솔린 엔진에 비해 효율을 크게 향상 시키면서도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이는 연소 방식의 차이 때문입니다.  가솔린 엔진은 연료와 공기의 혼합기를 압축한 후 점화플러그에서 스파크를 발생시켜 폭발 행정을 시작하는데, 점화플러그에서 시작된 화염은 실린더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혼합기의 온도와 압력을 상승시켜 피스톤을 밀어냅니다. (아래 그림 참조) 화염이 실린더내에서 부드럽게 전파되기 위해서는 공기와 연료의 비율(공연비)이 중요한데, 공기량에 비해 연료가 너무 적으면 화염이 끝까지 전파되지 못하고 연료의 비율이 너무 높으면 배출가스에서 유해한 성분이 늘어나고 연비가 저하 됩니다. 가솔린 엔진의 연료인 휘발유와 공기의 화학 반응식으로부터 도출되는 이상적인 공연비는(공기:연료)는 14.7 인데 이 비율을  λ(람다)로 표기합니다. 연료 분사비율을 14.7(λ = 1)에 딱 맞출 경우 공기와 연료가 완벽히 균일하게 섞이지 않으면 연료가 부족한 부분에서 화염의 전파가 멈출수 있으므로 안정적인 연소를 위해 이상적인 공연비보다 연료를 조금 더 많이 분사하는 것이 (λ < 1) 보통입니다.

마쓰다 Skyactiv-X 엔진 - 최초의 양산 HCCI 엔진

가솔린 엔진의 연소

 

HCCI 엔진의 장점

HCCI 엔진은 가솔린 엔진과 동일하게 휘발유를 사용하고 연료와 공기의 혼합기를 압축하지만 점화플러그가 필요없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균일하게 섞인 혼합기(Homogeneous Charge)를 압축하여 발화점 이상으로 온도를 상승시켜 착화(Compression Iginition) 하기 때문에 점화플러그와 같은 착화의 시작점이 없고 혼합기 전체가 동시에 착화하게 됩니다. 압축 착화(CI)를 하면 화염의 전파를 위해 공연비를 λ 근처로 유지할 필요가 없어 연료 대비 공기의 비율을 크게 늘리더라도 (λ = 2~3) 엔진의 동작이 가능하여 다음과 같은 장점이 생깁니다.

  1. 가솔린 엔진 대비 연료분사량이 줄어 연소온도가 떨어지고 엔진의 열손실이 줄어듦.
  2. 연소에 사용되고 남은 산소와 질소 분자가 화학반응 없이 팽창하여 연료의 에너지가 일로 변환되는 비율이 높아짐. (비열비의 향상)

위의 두 가지 장점 모두 엔진의 효율성 향상에 기여하는데, 두번째 장점을 부연 설명 하자면 HCCI 엔진의 실린더 내부 온도는 질소분자나 산소분자의 결합을 깨뜨릴 만큼의 고온이 되지않기 때문에 휘발유를 연소시켜 발생한 에너지가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 가스를 생성하는 화학반응에 낭비되는 대신 실린더 내의 공기를 팽창시켜 운동에너지를 만드는데 더 많이 사용된다는 뜻입니다.

HCCI 엔진의 효율성 향상에 기여하는 또다른 요소는 압축착화를 위한 높은 압축비인데, 기존의 가솔린 엔진이 9~12 사이의 압축비를 가진다면 HCCI 엔진은 디젤 엔진과 비슷한 16 이상의 압축비를 가지게 됩니다. 4행정 엔진의 효율(η)은 아래의 공식(유도 과정은 링크 참조)에 따라 압축비(r)와 비열비(γ)가 커질수록 좋아지는데, HCCI 엔진은 가솔린 엔진 대비 높은 압축비를 사용하고 낮은 연소온도로 인해 혼합기의 비열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 높은 효율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Skyactiv-X 엔진

마쓰다 Skyactiv-X 엔진 - 최초의 양산 HCCI 엔진

점화 플러그 주변의 화염구로 혼합기를 압축착화 시키는 SPCCI 엔진 – 이미지 출처 : InsideMazda 홈페이지

HCCI 엔진은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압축착화의 특성상 엔진회전수, 부하의 변화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범위가 가솔린 엔진에 비해 상당히 좁아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마쓰다의 Skyactiv-X 엔진은 HCCI 엔진에 점화플러그를 추가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는데, 피스톤이 혼합기를 먼저 압축한 후에 점화플러그 주변의 작은 폭발(화염구)을 이용하여 혼합기를 다시 한 번 압축하여 압축착화를 일으킵니다. (오른쪽 그림 참조) 실린더와 피스톤의 형상에 의해 정해지는 고정된 압축비에, 점화 플러그 주변에 발생하는 화염구의 크기에 따라 가변하는 압축비를 더해 총 압축비를 제어할 수 있으므로 HCCI 모드로 엔진을 동작시킬 수 있는 영역이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하더라도 HCCI 모드로 동작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공연비를 λ 근처로 조정하여 하여 일반 가솔린 엔진으로 동작하게 됩니다.

마쓰다는 이 기술에 SPCCI(SPark Controlled Compression Ignition)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설명한 내용이 그대로 이름에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Skyactiv-X 엔진을 SPCCI 엔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링크의 영상에 가솔린 엔진과 SPCCI 엔진의 폭발 행정이 어떻게 다른지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아래는 링크된 영상 하이라이트 부분 스크린샷인데 가솔린 엔진인 Skyactiv-G 엔진(좌측)과 SPCCI 방식의 Skyactiv-X 엔진(우측)의 폭발 행정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Skyactiv-G 엔진은 점화플러그로 부터 화염이 전파되면서 피스톤이 최저점 근처에 도달했을 때 연소가 완료되지만 Skyactiv-X 엔진은 혼합기 전체가 동시에 착화하기 때문에 혼합기의 연소는 피스톤이 최저점에 도달하기 훨씬 이전에 완료되고 배기가스의 압력으로 피스톤이 끝까지 하강하게 됩니다. 연소를 신속히 완료하고 배기가스를 가솔린 엔진대비 오래 팽창시키기 때문에 연소의 열 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전환되는 비율이 늘어나게 됩니다.

마쓰다 Skyactiv-X 엔진 - 최초의 양산 HCCI 엔진

가솔린 엔진과 SPCCI 엔진의 연소 비교 – 유튜브 영상 “New Generation Gasoline Engine SKYACTIV-X: SPCCI” 캡처

 

조기점화의 해결

이론적으로는 명확한 기술이라도 다양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양산 엔진에 적용하려면 어려움이 있기 마련인데, 어떻게 기술적 난제를 극복했는지는 “신세대 가솔린엔진 Skyactiv-X의 소개” 라는 논문[1]에 알기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압축 착화를 위한 높은 압축비를 사용하면서도 혼합기의 조기점화(pre-ignition)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조기점화는 압축행정 중에 원하는 시점보다 빨리 혼합기가 착화하는 현상인데, 조기점화가 발생하면 엔진이 크게 손상될 수 있어 가솔린 엔진의 압축비를 디젤 엔진만큼 높이기 힘든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디젤엔진의 경우 연료를 혼합하지 않고 공기만 압축하기 때문에 높은 압축비를 사용하여 온도가 크게 상승하더라도 연료를 분사하기 전에는 의도치 않은 착화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마쓰다 Skyactiv-X 엔진 - 최초의 양산 HCCI 엔진

조기점화를 피하기 위한 연료의 분할 분사 (그림 출처 – 新世代ガソリンエンジンSKYACTIV-Xの紹介, マツダ技報, 2019)

Skyactiv-X 엔진은 이 문제를 연료를 두 번에 나누어 분사하는 방법으로 해결 했습니다. 흡입 행정에서 한번에 필요한 연료를 모두 분사하면 압축행정시에 조기점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처음에는 조기점화가 일어나지 않을 만큼의 소량의 연료만 분사하고 압축 행정의 마지막 즈음에 나머지 연료를 분사하는 방법으로 조기점화를 피했습니다. (오른쪽 그림 참조) 이럴 경우 아주 짧은 시간안에 연료와 공기가 균일하게 섞여야 하므로 기존 가솔린 엔진 대비 훨씬 고압으로 연료를 스프레이 형태로 분사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이 인젝터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디젤 엔진도 압축후에 분사되는 연료가 빠른 시간안에 공기와 잘 섞이도록 높은 분사압력을 쓰는데 Skyactiv-X 엔진이 디젤 엔진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는 부분입니다.

 

EGR의 활용

SPCCI 모드 운전시에 높은 출력을 내기 위해 연료 분사량을 늘리거나 회전수를 높이면 조기점화가 발생하거나 압축착화에 충분한 공기를 흡입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Skyactiv-X 엔진은 이 문제를 EGR(Exhaust Gas Recirculation)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해결했습니다. EGR은 배기가스의 일부를 다시 흡기로 되돌리는 기술로, 산소가 희박하여 반응성이 낮은 배기가스를 공기와 혼합함으로써 연료분사량을 늘리더라도 조기점화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높은 회전수에서 짧은 흡기시간 때문에 충분한 공기를 흡입하지 못하는 문제도 EGR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데, 부족한 공기를 EGR을 통해 유입되는 배기가스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Skyactiv-X 엔진은 흡입한 공기만으로 동작하는 A/F(Air-Filled) 모드와 EGR을 활용하는 G/F(Gas-Filled) 두가지 SPCCI 모드로 동작하는데 보다 자세한 내용은 논문[1]의 Section 4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Skyactiv-X 엔진은 수퍼차저 과급기도 탑재하고 있는데, 높은 공연비로 동작하기 위해 가솔린 엔진대비 필요로 하는 공기의 양이 많기 때문입니다.

 

연비의 향상

마쓰다는 유럽에서 Mazda 3 모델을 Skyactiv-G 엔진과 Skyactiv-X 엔진을 탑재한 두가지 버전으로 판매하고 있어 SPCCI 기술의 채용으로 향상된 연비를 비교하기가 좋습니다. 아래 화면은 마쓰다 영국사이트에서 동일한 Mazda 3 수동변속기 모델을 기준으로 연비를 비교한 화면인데, Skyactiv-X 엔진쪽이 최근에 도입된 WLTP 기준으로 10% 가량 연비가 좋습니다. 거창한 기술을 사용했는데 연비가 10% 밖에 향상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Skyactiv-G 엔진은 출력이 122마력, Skyactiv-X엔진은 180마력의 출력을 가지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가솔린 엔진쪽의 출력을 동일하게 맞춘다면 SPCCI 기술로 인한 연비향상폭이 더 크게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Skyactiv-X 엔진 탑재 모델의 연비를 우리나라 식으로 변환하면 16인치 휠 모델의 경우 디젤 엔진이 부럽지 않은 21.9Km/L가 됩니다.

마쓰다 Skyactiv-X 엔진 - 최초의 양산 HCCI 엔진

 

마무리

Skyactiv-X 엔진을 탑재한 Mazda 3 시승기를 읽어보면 가솔린 엔진이지만 디젤 엔진의 느낌이 난다는 표현이 종종 등장합니다. 다만 디젤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건 아니고 잘 차단되어 엔진이 멀리 있는듯이 약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압축착화, 고압연료 분사, EGR의 적극적인 활용 등 디젤엔진과 공유하는 특성이 많다보니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Skyactiv-X 엔진에 적용된 기술들을 살펴보면 가솔린 엔진의 것이든 디젤 엔진의 것이든 모든 기술이 하나의 엔진에 집약되어야 내연기관의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쓰다는 판매량이 많은 제조사가 아님에도 전기차 대신 HCCI 기술을 상용화 하는데 개발 역량을 투입했는데, 이 선택의 결과가 마쓰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번 글을 마칩니다. 과연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SPCCI 기술이 가솔린 엔진 수명연장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요?

 

Reference

[1] 磯部 利太郎, 遠藤 孝次, 末岡 賢也, 新世代ガソリンエンジンSKYACTIV-Xの紹介, マツダ技報, 2019, 36 巻, p. 16-23, 公開日 2019/12/02, Online ISSN 2186-3490, Print ISSN 028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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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호떡맏형 댓글:

    한국지엠에서 근무하셨던 분 아닌가요? 예전에 자동차 공부할 때 가끔 둘러보던 블로그인거같은데 그 분과 같은 분인지 모르겠네요.. 맞다면 오랜만에 와서 좋은글 많이 읽고 갑니다!

    • 골수공돌이 댓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하시는 블로그는 다른 분의 블로그 같습니다. ^^

  2. gg 댓글:

    잘 봤습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3. 수준높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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